일본 전국 여행 - 45. 하카타에서의 마지막 저녁

하카타역 남쪽의 야키니쿠 타규(焼肉 多牛).

예약을 받지 않아서 낮에 미리 와 이름을 적어 두었다. 일본인 쪽은 히라가나로 쓰라고만 되어 있는데, 외국인용 안내판에는 여권의 알파벳 성명을 그대로 적어야 하고 카드나 휴대폰 사진은 안 되니 실물 여권으로만 확인하겠다는 친절한 안내가 있었다. 가게 안에서는 사진을 찍지 말라는 이야기도 한국어와 중국어로만 정성들여 써 두었는데, 정작 타베로그에는 대부분의 후기에 내부와 음식 사진이 달려 있다. 프라이버시 때문이긴 하겠지만 굳이 저렇게까지 써야 할까 싶다.

시간이 남아서 쇼핑도 하고 스타벅스에 가서 앉아 있다가 돌아왔다.

첫 팀으로 입장. 결제는 현금만 가능하고, 테이블은 마루바닥의 좌식 테이블인데 둘다 나의 평가 요소에서는 감점 요인이다. 2층 매장도 있는데 스키야키로 운영된다.

일단 시원한 하이볼과 쿠로키리시마 미즈와리로 시작.

메뉴당 가격은 세전 1000엔이 넘는 것이 없어 나쁘지 않은 편이다. 다만 석쇠 교체와 종이 앞치마에 과금된다는 점은 주의를.

단품 요리에는 일본어를 몰라도 가타카나만 읽을 수 있으면 짐작이 가는 이름이 꽤 있다.

한국어 메뉴도 있는데 번역은 기계번역을 썼는지 엉망이다. 문앞의 안내문에 쓸 정성의 반이라도 썼으면 이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죠(上) 규탕으로 시작한다. 소금으로 간해 얇게 썰어낸 규탕은 일본 야키니쿠의 정석 시작 요리이기도 하니.

숯이 뜨거워 잘 구워지긴 하나 화로를 상 위에 그대로 올리는 방식이라 편하게 앉아서 먹기에는 너무 높았다.

양념의 죠 카루비는 인당 1인분만 주문 가능하다고 한다.

마블링이 섬세했던 죠 로스. 이게 가장 맛있는 부위였던 것 같은데, 사진에서 맛을 짐작할 수 있겠지만 기름지고 녹아내리는 맛이었다. 한국에서 어떤 소고기를 높게 평가하는지 생각하면 이 로스만 시켜먹는게 남는 장사일 듯.

그린 쿼터제 준수를 위한 330엔의 양배추.

숯이 들어있을 뿐인 화로라 불도 잘 붙고 연기도 많이 나는데 배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단점은 치명적이다. 가게 전체에 희뿌연 연기가 구름처럼 떠 있어서 종업원들의 폐건강을 걱정하게 만들 정도였다.

앞의 우스기리 로스는 빠르게 구워 먹으니 맛있었고 뒷편의 나카오치 카루비는 떡심같은 지방이 좀 많아서 꽤 익혀야 했다.

토시살 부위인 사가리를 추가 주문. 이건 나오는 시간이 10분 넘게 걸려서 꽤 오래 기다렸다. 이럴 거였으면 주문하지 말 걸 그랬나 싶기도.

일본어 구사가 어느정도 되어서 심각한 사태까지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돌아와서 찾아보니 구글 지도에는 건물 2층 스키야키 쪽에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비어있어도 한국인들에게는 알려주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고, 이미 혐한으로 유명한 집이라는 블로그 기사도 있었다. 고기는 저렴하고 맛있었지만, 현금결제만 고집하는 부분을 제외하고서라도 안내문 등에서 느껴지는 외국인에 대한 태도를 보면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까지 먹을 집은 아닌 것 같다.

옛날에 왔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재방문 의사는 없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