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은 라 레세흐브(La Reserve) 호텔 1층의 레스토랑, 르 가브리엘(Le Gabriel) 을 예약해 두었다. 우리가 방문했던 2022년에는 미슐랭 2스타였지만, 2024년에 미슐랭 3스타를 획득한 곳이다. 제롬 방텔(Jérôme Banctel)이 2015년부터 총괄 셰프로 있었으니 요리가 추구하는 방향이 크게 차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로비에서 3분정도 대기하며 물과 견과류를 받은 뒤 자리로 안내받았다. 로비의 분위기도 고풍스러워서 딱히 대기라기보다 연회의 서막 같은 느낌이다.

샴페인을 추천받아 한 잔씩 주문. 점심부터 병으로 시키기에는 부담스러워서 잔으로 한잔씩만 하기로 했다.

오늘은 쉐프의 고향인 브르타뉴로 초대하는 코스인 Virée(산책) 코스를 주문했다. 인당 198유로의 7코스 정찬 메뉴다.
먼저 아뮤즈 부쉬 3종류가 준비된다.

버섯 소스와 버섯으로 안을 채운 라비올리. 버섯향이 상당했다.

갈릭 소스와 푸아그라로 만든 타르트.

치킨으로 파이를 만들어 다시 닭다리 형태로 만든 디시. 재미있는 구성이다.
샴페인과 함께 입맛을 돋궈주는 어뮤즈 부쉬였다.

첫 번째 메뉴는 벚꽃 식초와 라임즙에 담근 아티초크 하트. 아티초크 하트는 아티초크 꽃봉오리의 중심부에 있는 부드럽고 식용 가능한 꽃턱 부분으로, 가장 맛있는 부위라고 한다. 제롬 방텔이 일본 여행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첫 요리부터 사쿠라 비네거가 일본의 테이스트를 물씬 풍긴다.

곁들이는 빵과 정말 좋은 풍미의 버터.

백도 복숭아와 버베나, 아몬드를 곁들인 블루 랍스터.
맛있을수밖에 없는 랍스터 풍미도 좋았고, 백도 복숭아를 곁들인 점도 신선했다.

생선 요리로 찜기를 테이블로 가져와 바로 서빙해준 고등어 찜.
굴소스 젤리를 밑에 깔고, 고등어와 고등어 스톡으로 만든 핫 마요네즈를 끼얹은 요리와 씨 아스파라거스라고 하는 함초와 감자를 곁들인 접시였는데 고등어 찜이 아주 촉촉하고 스톡으로 만든 마요네즈와도 잘 어울려 맛있었다.

다음은 신기했던 고기 요리.
크리스피 삼겹살과 김을 얇게 한겹씩 쌓아서 밀푀유처럼 만든 요리와 패류를 곁들인 요리였다. 크리스피한 돼지고기 요리가 김의 향과 굴 베이스 소스와 잘 어울리는 요리였다.

마지막 메인디쉬로 비둘기 콘소메와 함께 나온 비둘기 콩피 구이 요리. 치즈를 시금치로 감싼 라비올리와 곁들인 접시였다.
비둘기 요리를 먹어볼 기회는 잘 없는데, 고기는 거의 레어에 가까웠고 향이 강렬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향이었지만 한국인들은 좋아하지 않을지도라는 느낌이 들었다.

메인 요리를 마무리하기 위해 화이트 머랭 위에 자몽 과육을 한톨한톨 올리고, 씨 아스파라거스로 마무리한 요리로 입안을 리프레시해준다.

코스의 마지막 디저트로는 얇은 초콜릿 코팅으로 감싼 바닐라 아이스크림. 바닐라빈이 살아있는 강렬한 향과, 가운데 메밀과 함께 내어주어 크리스피함이 살아있는 좋은 마무리였다.
마침 2000일이었는데, 기념일 서비스로 작은 케이크도 받았다.

진짜 마무리로는 상큼하고 달았던 레몬 셔벗과 벌집 형상의 과자 타르트와 초콜릿, 그리고 포도까지. 이렇게 먹으니 2시간 반이 사라져 있었다.

너무 배가 불러서 아까 불붙여주셨던 기념일 케이크는 포장을 부탁드렸는데, 새 케이크로 포장해주셔서 또 한번 큰 감동을 받았다.

접시 하나하나 감동받았던 7코스의 점심. 미슐랭 3스타가 되어버린 르 가브리엘의 훌륭한 요리를 맛볼 수 있어서 다행이자 보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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