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로 돌아왔다.

츄오쾌속선을 타고 요츠야로.

마루노우치선으로 한 번 더 갈아타고 아카사카미츠케역에 내렸다. 그냥 도쿄에서 마루노우치선을 타면 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지하철 아카사카미츠케역 도보 약 10분 정도의 거리에 오늘의 디너를 예약한 스시 하루(すし晴)가 있다. 아카사카역에서는 도보 5분으로 좀 더 가깝다.

8:30으로 예약했는데 다행히 예약시간에 늦지 않게 와서 밖에서 조금 기다리다가 입장했다.

세팅. 히노키 카운터에 나무젓가락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따뜻한 오시보리와 함께 가장 먼저 내어주신 것은 시지미(재첩)의 이치방다시. 농후한 감칠맛이 정말 좋았다.

니혼슈 페어링도 주문했다. 술잔도 참 예뻤다.

처음 주신 니혼슈는 미야기현 시바타군의 켄콘이치 다이긴죠 겐슈. 쌀의 단맛과 감칠맛을 잘 받쳐주는 느낌이다.

참치로 코스 시작. 츄토로인데, 이즈 제도의 섬인 미야케지마에서 올해 처음 잡은 참치라고 한다. 녹듯이 사라졌다.
짝꿍은 첫 피스가 마구로라서 신선하다고 하니 다들 배고프니까요~ 라고 해 주셨다.

에비이모 가라아게. 토란의 변종인 에비이모(海老芋, 쿄요리에서 많이 쓰기 때문에 京芋라고도 함)를 튀긴 것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크림같은 식감이었다. 굉장히 뜨거웠지만 맛있었다.

부드럽고 달달했던 호타테와 시소와 생강절임을 곁들인 이와시 이소베마키. 히카리모노 특유의 향도 좋고 비린내도 전혀 없이 감칠맛이 터져서 정말 맛있었다.

효고현 무로츠의 생굴. 일본의 굴은 비싼 대신 노로바이러스의 위험은 거의 없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부드럽고 바다내음이 가득해서 이것도 참 맛있었다.

쿠지라의 아카미. 고래의 육회라고 할 수 있을듯. 고래고기를 처음 먹어보았다. 고래고기가 별로 맛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정말 맛있었다. 맛을 비유하자면 조금 강한 육향의 육회를 먹는 맛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라코가 들어간 차완무시. 정말 부드럽고 부드러웠다.

두 번째 사케는 사이다같았던 잇파쿠스이세이. 아키타현 고조메마치의 후쿠로쿠주 주조에서 만드는 술이다. 단맛이 먼저 살짝 올라오고, 뒤에서는 산이 톡 치면서 정리되는데 탄산이 강하진 않았지만 청량감이 강해 사이다같은 느낌이었다. 이것도 정말 맛있었다.

이쿠라와 케가니. 정말 맛있는 것과 정말 맛있는 것을 조합하면 정말정말 맛있는 것이 된다.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맛에 게의 향이 강해서 좋았다.

아카무츠라고도 하는 노도구로(금태 혹은 눈볼대)의 숯불구이. 금태는 무조건 맛있는 생선이다.
이것도 정말 맛있었는데, 껍질에서 느껴지는 숯불의 풍미도 좋고 부드럽고 쥬시하게 구워져서 정말 맛있었다.

안키모와 나라즈케의 마키. 단면만 봐도 안키모 범벅에 쌀알과 나라즈케가 박혀있어 보기만해도 맛있어 보였는데 아주 부드럽고 녹진한 맛이었다.

세 번째 사케인 카모니시키 니후다자케 키스이센 ver.8.5. 니가타현 카모니시키주조의 사케로 산뜻하고 가벼운 느낌이다. 코스 시작 한 시간정도 지나서 츠마미에서 스시로 넘어가면서 페어링된 사케인데 이것도 맛있었다.

스미이카를 스밋코에 놓아 주신다면서 모서리에 놓아 주셔서 재미있었다. 부드럽고 쫄깃하면서 단 스미이카.
밖에서 사먹는 오징어는 절대 이런맛이 나지 않는데 스시야에서는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 것일까?

진한 감칠맛의 코하다. 아주 맛있고 감칠맛과 향이 좋았다. 오늘의 가장 맛있었던 피스가 아닐까 싶다.

그다음으로 나온 것은 카와하기(쥐치). 안에 쥐치 간과 메네기(싹눈파라고 하는 일본에만 있는 파)가 들어 있는데, 조합이 좋았다.

아카가이, 피조개. 어딜 가든 항상 쪼그라드는 것을 보여 주시는 생물이다. 쫄깃쫄깃하고 맛있었다.

네 번째 페어링은 미야기현 오사키시 신카와 양조의 하쿠라쿠세이. 산뜻한 맛이 음식의 기름과 감칠맛을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청어알이 붙은 다시마인 코모치콘부. 위에 얹어진 가츠오부시까지 알알이 씹히는 식감과 단맛이 있었다.

쿠루마에비. 따뜻하고 달았다. 역시 새우는 최고다.

지금이 제철이라고 하는 칸부리, 대방어. 고소하고 기름진 맛이다. 참치를 충분히 대체할 맛이다.

아오모리산 무라사키우니. 홋카이도가 아니라 아오모리라는건 특이했는데, 비슷한 해역이긴 하다. 역시 입안에서 사라져 버렸다.

마지막의 페어링. 후쿠시마현 키타가타시의 키타노하나 양조장의 카나자와야 토쿠베츠준마이로 마무리한다. 이타마에상이 아마쿠치에서 카라쿠치로 쉬프트하신다는 표현을 하셨는데, 그동안 나온 니혼슈가 아마쿠치 계열이라면 카라쿠치로 넘어가면서 코스를 마무리하는 역할을 해 주었다. 앞의 술들이 산뜻한 단맛과 과실감을 보여줬다면, 이 술은 드라이하고 짧게 끊어주는 느낌이다.

포슬포슬한 나가사키의 아나고.

마무리는 칸표 노리마키. 후쿠오카의 아리아케해에서 온 김이라고 한다.

김이 들어간 맑은 국물로 마무리. 이것도 꽤 맛있었다.

달달해서 맛있었던 타마고마키. 거의 디저트라고 할 수 있다.

진짜 디저트로 귤로 마무리했다.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운 식재료가 많아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위치는 위에도 썼지만, 아카사카역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사케를 다섯 종류나 마시니 너무 취해서 정신을 가까스로 붙잡으며 집으로 돌아가 본다. 10분 정도 걸어서 다메이케산노역으로 걸어와서 난보쿠선을 타면 바로 간다.

탑승.

시로카네타카나와행이어서 한 번 갈아타야 했다. 보통 미타선이 환승연계가 되는데, 열차가 지연된 바람에 환승도 못하고 난보쿠선의 다음 차를 타야 했다.

굉장히 길게 느껴졌던 대기 시간.

무사히 호텔에 도착했다. 오리온좌 아래에서 도쿄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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