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여행 - 7. 아라쿠라야마 센겐공원의 벚꽃

일찍 일어나 호텔을 나서 본다.

6시 42분, 아직 출근객도 많지 않은 시간.

야마노테선을 타고 도쿄로 가서 신주쿠로.

아직 출근객도 많지 않은 신주쿠의 서쪽 거리. 출근 시간대에는 양복차림의 통근객으로 횡단보도가 바글바글한 곳이다.

도토루의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져서 찾았는데, 코로나 전엔 분명히 신주쿠역 안에 있었던 것 같은데 없어져서 신주쿠역 밖 지점까지 나와서 사서 돌아간다.

다시 역으로.

오늘 탈 열차인 아즈사

가 아니고 후지카이유 3호. 오츠키에서 아즈사와 분리해 후지급행선을 타고 후지산 앞의 카와구치코까지 간다.

신주쿠에서 사 온 도토루의 생 햄 밀라노 샌드와 커피로 아침을 먹어 본다. 생각해보니 이전에도 후지카이유를 타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신주쿠에서 멀어질수록 건물들이 낮아진다.

원래 도쿄 와이드 패스로 가려 했는데, JR패스로는 안 된다는 걸 깜빡했다. 일본에 온 날 자판기로 오츠키까지의 좌석은 겨우 잡았지만, 오츠키부터의 좌석은 후지급행선 역에서만 예매할 수 있어서, 만약 오츠키에서 주인이 나타나면 자리를 비켜 줘야 했다. JR동일본의 신형 특급에는 좌석마다 예약 여부를 알리는 표시등이 있는데, 빈자리는 빨간색으로 켜진다.

통로에까지 사람이 서 있을 만큼 혼잡했지만, 앉아있던 좌석의 표시등은 오츠키부터 계속 빨간색이라 다행히 계속 앉아갈 수 있었고 앉아서 편하게 후지산을 감상할 수 있었다.

3월의 마지막 날임에도 아직 눈이 쌓여있던 후지산.

시모요시다역에 내려 본다.

시모요시다역의 역명판. 이 역의 부역명은 아라쿠라야마 센겐공원인데, 바로 오늘 갈 목적지이다.

잘린 왼쪽 옆 안내판은 후지패브릭의 시무라 마사히코를 기린 것. 후지요시다 출신인 시무라의 곡 젊은이의 모든 것(若者のすべて)이 카와구치코 방향, 붉은빛 석양(茜色の夕日)이 오츠키 방향의 역 열차 접근음으로, 차임이 아닌 음반 버전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列車接近音にフジファブリックの楽曲を採用 | 富士山に一番近い鉄道 富士急行線 富士山麓電気鉄道株式会社

안내를 위한 특설 페이지도 있고, 매년 주기적으로 헤드마크를 단 열차를 운행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하는 듯.

시모요시다역 정면. 일부 2층의 아담한 목조 역사로 되어 있다.

타고 온 열차는 계속해서 카와구치코역까지 간다.

귀엽게 생긴 후지급행선 열차. 후지큐 2000계 전철로 JR 동일본의 165계 조이풀 트레인 파노라마 익스프레스 알프스로 JR에서 인수해 2002년 2월부터 사용되었던 열차다. 현재는 은퇴해서 선두편성만 전시되고 있었다.

센겐공원 입구. 계단 앞에 오모테산도(表参道)라 적힌 표지가 서 있다. 신사의 정문에서 사전(社殿)까지 곧게 뻗은 정면 참배길을 가리키는 말로, 도쿄의 그 오모테산도도 본래 메이지신궁의 참배로를 가리키던 이름이니 사실 어느 신사에나 있는 정문 앞 큰길인 셈이다. 붉은 토리이와 석등이 늘어선 이 길부터가 아라쿠라야마 센겐신사의 경내다.

전망대까지는 398단의 사쿠야히메 계단이 이어진다. 벚꽃이 좀더 만개했더라면 벚꽃 터널이었겠지만, 꽃망울 터널을 지나가는 것 정도로 만족한다.

계단 위의 토리이. 현판의 삼국제일산(三國第一山)은 후지산을 가리키는 옛 표현이라고 한다.

계단을 오르는 사이사이 후지산이 눈에 들어와서 잠깐씩 멈췄다 가게 된다.

아라쿠라야마 센겐공원 전망대에 올라오면 이런 풍경을 찍을 수 있다. 여기도 벚꽃이 만개했다면 정말 아름다웠을 텐데, 후지요시다의 벚꽃은 조금 느리게 피어난다.

오층탑은 전몰자를 기리는 충령탑(忠霊塔; 추레이토)으로, 1868년 이후 발생한 전쟁에서 사망한 후지요시다시 출신을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사카 시텐노지의 오층탑을 본떠 세운 것으로 후지산과 오층탑, 벚꽃이 한 화면에 겹치는 이 구도가 미쉐린 그린가이드 별 두 개를 받아서 일본을 상징하는 풍경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보다 일주일쯤 늦게 피어, 후지산 정상의 잔설과 벚꽃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만개까지 좀 일렀던 수양벚꽃 한 가지를 앞에 걸고, 토리이 지붕 너머로 후지산을 담고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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